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후 위기 대응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해양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올해보다 8.1% 늘어난 7조 3287억 원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은 북극항로 시대 주도, 해양수산 분야 인공지능(AI) 전환 지원, 기후 위기 대응 사업 등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재정 운용 계획을 넘어, 변화하는 국제 질서와 기술 발전 속에서 대한민국 해양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해수부의 내년 예산 편성은 여러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북극항로 시대 주도를 위한 투자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인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물류비용 절감과 관련 전후방 산업 동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다. 이를 위해 해운선사의 극지항해 선박 건조 지원,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등 북극 진출 기술 개발에 올해 대비 8배 이상 많은 677억 원을 투자하며, 극지해기사 양성 시스템 구축도 병행한다. 또한, 글로벌 물류 허브 도약을 목표로 북극 화물별 거점 항만 육성, 대규모 친환경·스마트 항만 조성, 친환경 선박 보급 확대 등 항만 인프라 확충에 1조 6600억 원을 투입하여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에 나선다. 이는 국제 환경 규제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선박 보급 확대(445억 원)와도 맥을 같이 하며, 해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수산업 경쟁력 강화와 어촌 활력 증진을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스마트 양식 전환 가속, 계약 생산 지원 확대, 수산물 유통·출하 자금 지원 확대, 수출 기업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생산-유통-가공-수출로 이어지는 수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대규모 어촌 경제·생활 거점 34곳 신규 조성 및 청년 어촌 정착 지원 확대를 통해 활력 넘치는 어촌을 조성하는 한편,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한 양식 품종 전환 지원, 재해 대응 예산 두 배 증액, 연안 지역 안전 확보 사업 강화, 갯벌 복원 및 바다숲 조성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 노력 등 기후 위기 대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해양바이오 소재 대량 생산 플랜트 및 해조류 바이오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권역별 특성화 거점 구축 계획은 해양 산업 생태계의 다각화와 미래 성장 잠재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해수부의 예산 편성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극항로 시대 선점, 해양수산 분야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친환경 선박 및 항만 인프라 구축, 어촌 활력 증진 및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 등은 앞으로 해양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투자는,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이러한 선도적인 투자는 대한민국 해양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