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패권 경쟁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해 다자무역체제가 약화되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교역을 다변화하려는 국가적 노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중남미 시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약 6.9억 명, GDP 약 7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중남미와의 통상 네트워크 확대 및 공급망 협력 강화는 이러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3일 서울에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18개국 주한 중남미 대사들과 개최한 간담회는 한국과 중남미 간 경제 및 통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를 언급하며 한-중남미 간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남미 18개국 중 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중이며, 에콰도르와는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이 정식 서명되었고, 과테말라와는 한-중미 FTA에 서명하여 향후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는 중남미 시장과의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남미가 리튬, 니켈, 구리, 흑연 등 전 세계 핵심 광물의 보고라는 점이다. 칠레는 구리 생산량 1위, 리튬 생산량 2위이며, 아르헨티나는 리튬 생산량 4위, 브라질은 흑연 생산량 4위, 리튬 생산량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제조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 지역 간 핵심 광물 분야에서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극대화하고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AI 협력,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성과를 도출하고 CEO Summit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인 간의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중남미 국가들의 APEC 행사 성공 개최를 위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는 것은 글로벌 협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이러한 논의를 심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협력 논의는 한국과 중남미가 미래 경제 질서 형성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