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 과학 기술과의 융합은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노력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밀 분석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함께, 왕릉 권역 내 원(園) 및 묘(墓)에 깃든 약 300여 점의 귀중한 석조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유적의 보존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중요한 유산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의 장을 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번 학술발표회는 ‘돌에 깃든 왕실의 숨결, 원·묘 석조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를 주제로 오는 9월 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이는 지난 3년간 세 기관이 협력하여 진행한 ‘조선왕릉 내 원·묘 석조문화유산의 보존방안 공동연구’의 최종 성과를 공유하고, 그동안 왕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원·묘 석조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연구는 남양주 광해군묘 등 보존 상태 진단이 시급한 10개 원·묘의 석조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국립수목원과의 협력을 통해 석조문화유산에 넓게 분포하는 지의류 종과 그 분포 양상을 최초로 파악하고, 초분광 영상 분석이라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보존 상태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석조문화유산이 직면한 환경적 위협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번 학술발표회는 총 6건의 전문적인 주제 발표를 통해 공동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히 전달할 예정이다. 1부에서는 조선 후기 원·묘의 석물 조성과 편년 연구, 그리고 3년간의 정밀 조사 결과 및 현황 분석이 발표되며, 2부에서는 원·묘에서의 지의류 다양성과 생물학적 관리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3부에서는 석조문화유산의 초분광 영상 분석 사례와 활용 전망, 그리고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의 보존 관리 차원에서 석조문화유산 조사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발표는 과학 기술을 문화유산 보존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동종 업계의 다른 기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석조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최신 과학 기술 기반의 실용적인 보존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는 국가유산청과 궁능유적본부, 국립수목원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미래 문화유산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