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폐기물을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인식하는 ‘순환 경제’가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환경부는 동·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 생산 및 서비스 7건에 대해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를 부여하며, 미래 산업을 위한 규제 개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곧 폐기물이 미래 산업의 ‘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순환경제 규제특례’ 제도는 한정된 기간, 장소, 규모에서 기업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실증시험을 허용하고, 그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관련 규제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제도이다. 지난해(2024년) 1월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총 12건의 과제에 대해 특례를 부여하며 산업계의 도전과 혁신을 지원해 왔다. 이번에 새롭게 특례가 부여된 7건은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원료 및 제품 생산(6건) △동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량 증대(1건)로, 폐기물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6건의 과제들이다. 버섯폐배지, 감귤껍질, 커피찌꺼기, 배껍질 등 그동안 단순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비료, 사료, 연료 등으로 용도가 제한되었던 농업부산물들이 이제는 친환경 포장재·완충재, 식물성 가죽, 화장품 원료, 고양이 배변용 모래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원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는 현행 ‘폐기물관리법’ 상 폐기물 재활용 허가 및 용도 제한으로 인해 그동안 신규 재활용 용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버섯 폐배지와 버섯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완충재 개발 및 제조’ 사업은 버섯 재배 부산물을 활용해 포장재와 완충제를 생산하며, ‘선인장 잎, 감귤박을 활용한 식물성 가죽 제조’ 사업은 농부산물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식물성 가죽 원단을 생산한다. 또한, ‘커피박과 펄프·에스에이피(SAP) 부산물을 재활용한 고양이 배변용 모래 제조’ 사업은 폐기된 커피박과 위생용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성능을 강화한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개발한다. 이 외에도 대두박, 왕겨, 홍삼찌꺼기, 배박, 감귤박 등을 활용한 신소재 및 기능성 원료 추출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동물성 잔재물 분야에서는 ‘주원료로 가축분뇨를 사용하는 바이오가스시설의 도축잔재물 활용’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성상이 불균일한 가축분뇨에 도축잔재물을 함께 투입하여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발생하는 잔재물을 비료화하는 기술을 실증한다. 현재 도축잔재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재활용업 허가가 필요하고, 가축분뇨 발효액 원료로 사용이 제한되는 등의 규제가 존재했으나, 이번 특례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고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재활용 기술의 현장 적용과 사업화를 위한 규제 특례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도전과 혁신의 장을 펼치는 산업계가 규제에 막히는 일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은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순환 경제 모델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폐기물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탐색하고 도입하는 동기를 부여하며, 대한민국이 순환 경제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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