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조하는 ESG 경영이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에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기업들이 겪는 대미 무역 관련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 유지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지난 9월 11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하여 반도체 생산 현장을 직접 살피고, 반도체 업계의 대미 수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했다.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측은 미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할 때 국가별 차등 세율 적용으로 인해 고세율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비특혜원산지 관리에 힘쓰고 있으나, 미국의 불명확한 과세 기준 때문에 실무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복잡성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 기업들이 직면하는 구체적인 도전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삼성전자 측은 신속한 신제품 개발을 위해 외국 원재료를 반입 즉시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연구소 등을 보세공장 특허 대상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하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 및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보세공장은 외국 원재료를 관세 납부 없이 제조·가공하거나 검사·검증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건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는 11월 미 관세국경보호청(CBP)과의 제18차 한미 관세청장 회의를 통해 미국 관세 정책 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통관 애로 해소를 위한 전담 협력 채널 구축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관세청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세공장 제도 관련 건의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국내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하고 효율적인 무역 환경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ESG 경영이 추구하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국제 무역 환경 구축이라는 더 큰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