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가뭄으로 인한 생활용수 확보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재난 대비를 위해 도입된 특수 장비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을 넘어,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다각화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ESG 경영의 확산이라는 거시적인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이번 소방청의 대용량포방사시스템 긴급 투입 결정은 위기 상황 발생 시 가용한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려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강릉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인해 심각한 물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처음으로 가뭄으로 인한 재난사태를 선포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비상 상황 속에서, 소방과 군의 물탱크 차량, 헬기 등 모든 가용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2% 이하로 떨어지면서 생활용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에 이르렀다.
이에 소방청은 중앙 119 구조본부가 보유한 분당 4,500리터급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강릉시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스템은 일일 약 1만 톤 이상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현재 강릉시의 하루 생활용수 사용량인 약 8만 5천 톤 대비 상당한 물량으로, 물 부족 해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급수 지원 방안으로는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남대천에 길이 25m, 폭 20m, 깊이 2.5m 규모의 임시 취수정을 설치하고, 대용량포방사시스템에 300㎜ 대구경 소방호스를 연결하여 약 1km 떨어진 홍제정수장까지 직접 송수하는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앙 119 구조본부는 사전 현장 답사와 분석을 통해 대용량 취수 가능 지점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임시 취수정 공사 현장을 확인한 후 강릉시 상하수도사업소와 긴밀히 협의하여 시스템 적용 방안을 마련했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본래 대형 유류탱크 화재나 국가 중요 시설의 재난 대응을 위해 도입된 특수 장비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와 같은 극한 호우 시 배수 활동에 성공적으로 활용된 사례에서 보듯, 월등한 펌프 성능을 바탕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다목적 장비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왔다. 이는 소방펌프차가 분당 최대 2,800리터를 방수하는 것에 비해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분당 최대 45,000리터를 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압도적인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급수 지원을 넘어, 국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방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재난 상황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소방청의 발 빠른 대처는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공공 부문의 혁신적인 자세를 보여주며, 동종 업계의 다른 기관들에게도 유사 재난 발생 시 적극적인 자원 활용 및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