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농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축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볏짚을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탄소 저감형 유기벼 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농업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 개발을 넘어, ESG 경영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농업 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벼 재배 후 발생하는 볏짚은 토양의 유기물 공급원으로서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 개선과 생물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물을 가둔 논에서 생볏짚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미생물 분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이 상당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볏짚을 발효 과정을 거쳐 퇴비화한 후 토양에 환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벼 수확 후 볏짚에 가축분 퇴비를 섞고 수분을 조절하여 쌓아둔 뒤, 5회에 걸쳐 뒤집어 완전히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볏짚 퇴비는 이앙 전에 10아르(a)당 1,315kg의 양으로 토양에 살포되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볏짚과 볏짚 퇴비 모두 토양에 탄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데 기여하며, 이앙 전 대비 토양 유기물 함량이 10~1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벼 재배 기간 중 메탄 배출량의 현저한 감소다. 볏짚 퇴비를 사전 처리한 재배지에서는 생볏짚을 처리한 재배지에 비해 메탄 배출량이 5.2배나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또한,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순온실가스배출량(Net-GWP)은 87% 감소하여, 이 기술이 저탄소 농업 기술로서 높은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명확히 입증했다. 순온실가스배출량(Net-GWP)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고려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으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순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더욱 면밀히 검증하기 위해 현장 실증 및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후 농가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유기농업 부문의 탄소 저감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관련 기술의 확산을 도모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재생유기농업과 장철이 과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유기농업 본연의 생태 순환 원리를 지키면서도 탄소중립 농업 실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더 많은 유기농업 농가들이 토양 건강 증진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현장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농업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 모델 구축에 있어, 국내 농업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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