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구조 변화와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되는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 도약은 핵심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정부가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 투자 확대와 더불어 규제 합리화를 통해 미래 핵심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나섰다. 9월 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개최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는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대통령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 기업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 8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역대 정부마다 숙원 과제였던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규제’를 해소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파급력 있는 ‘핵심 규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AI, 자율주행모빌리티, 로봇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 하에, ‘미래 핵심산업 도약’을 주제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민간 전문가들은 AI G3 도약을 위한 데이터 활용과 자율주행 및 로봇 분야의 규제 합리화라는 현장의 시각을 바탕으로 핵심 규제 이슈를 발제했으며,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갔다. 이어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혁신을 위한 기업성장 촉진 및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제하며 논의의 폭을 넓혔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AI 분야의 데이터 활용 규제 합리화였다. 생성형 AI 시대에 광범위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인한 저작물 데이터 활용의 제약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거래의 어려움이 현장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되었다. 이에 정부는 11월까지 ‘저작물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활용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연내에는 저작권자가 명확한 데이터에 대해 합리적인 거래 및 보상 체계를 구축하여 AI 업계의 저작권 거래 비용 절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공공데이터의 예외를 최소화하고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부담을 완화할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9월 중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통해 합리적 활용을 촉진한다. 판결문, 공공저작물 등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데이터가 신속히 개방될 수 있도록 법원 및 소관 부처와의 협의도 강화된다.
자율주행모빌리티 및 로봇 분야 역시 대대적인 규제 혁파가 예고되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보행자 원본 영상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상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원본 영상 활용 특례 도입을 연내 신속히 추진한다. 또한,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역을 현재의 소규모 지구 및 노선 중심에서 도시 단위(중규모 지방도시 등)로 확대하고, 지자체에서 시범운행지구를 신속하게 지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충분한 실증 데이터 확보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10월 중에는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업계 참여 촉진을 위한 지원 확대 및 자율주행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 등도 추진된다. AI 로봇 분야에서는 전통 기술 및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의 산업 기준과 규제를 일괄 정비하여 주차,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로봇 활용을 가속화한다.
더불어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 형벌을 합리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이 줄고 규제가 늘어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R&D, 수출 지원 등 성장형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대기업 집단에 대한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상법 등 중복 의무를 조정한다. 또한, 행정 제재와 동시에 부과되는 형벌 규정 개선을 위해 9월 중 1차 방안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후속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신산업 분야에 일정 기간 규제를 배제하는 ‘규제 개선’과 부처별로 운영되던 규제샌드박스를 통합 운영하는 ‘규제샌드박스 레벨업’, 지역 성장을 함께할 ‘메가특구’ 추진 등을 통해 기업들이 뭐든지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민간위원을 2배 확대하여 규제 합리화 추진 체계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오늘 논의된 내용들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점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