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넘어,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가치 확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주 월정교 북편 일원에서 펼쳐지는 「빛의 궁궐, 월성」 행사는 단순한 유적 관람을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동시에, 신라 왕궁이었던 월성 유적의 발굴 성과를 국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고대 역사 유적이 현대 사회와 어떻게 접점을 맺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빛의 궁궐, 월성」 행사의 핵심은 ‘월성 체험마당’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공개된 월성 사로국 시기 주거지에서 출토된 직물과 보석함을 주제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달빛 엮은 직조 월 행잉 만들기’, ‘달빛 잇는 매듭팔찌 만들기’, ‘달빛 물든 천연염색 가방 만들기’ 등은 과거 신라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한, ‘월성을 지키는 소원주머니’와 ‘월성을 품은 보석함 만들기’는 문화유산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더불어, 실제 월성지구 조사 현장을 둘러보는 ‘월성을 걷다’와 함께하는 ‘월성다(茶)향’은 학술적 탐구와 휴식을 결합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로국은 경주 일대에 형성된 초기 국가 단계(서기전 1세기~서기 4세기 중엽)로, 진한 12국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체험은 신라 왕경의 오랜 역사적 깊이를 실감하게 한다.
또한, 공연과 야경 감상 프로그램은 「빛의 궁궐, 월성」의 풍성함을 더한다. 양일간 펼쳐지는 ‘본무대 공연’에서는 경주지역 시민 단체와 초·중등 학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및 융합(퓨전) 국악 공연, 월성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소규모 공연’ 또한 버스킹, 전통 연희, 마술쇼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특히, 반딧불이, 달과 토끼 등 다양한 모양의 야간 조명과 함께 신라 왕궁 월성의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행사의 백미로 꼽힌다. 이 야간 조명은 행사 종료 후에도 10월 말까지 운영되어,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주를 방문하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도 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빛의 궁궐, 월성」은 누구나 무료로 현장 참여가 가능하며, ‘월성을 걷다’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신라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국가유산 향유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