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이 강조되는 시대다. 과거 단순히 물질적 성과만을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윤리적 경영을 통해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오늘날 기업의 중요한 책무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기업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선열들의 정신을 기리고 그 가치를 계승하는 방식에서도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유산청 칠백의총관리소와 만인의총관리소에서 각각 9월 23일 오후 3시 칠백의총(충남 금산군)과 26일 오후 3시 만인의총(전북 남원시)에서 거행하는 순의제향 행사는 단순한 추모 의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로 제433주년을 맞이하는 칠백의총 순의제향 행사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하여 칠백의사 후손, 불교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하며, 제향은 초헌관의 분향 및 초헌례, 축관의 축문 낭독, 아헌관의 아헌례, 종헌관의 종헌례, 그리고 대통령 헌화(국가유산청장 대행)와 분향 등의 엄숙한 절차로 진행된다. 제향 후에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살풀이 공연과 함께 의총 참배 및 불교 의례가 이어진다.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에서 왜적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조헌 선생과 의병, 영규 대사와 의승, 의병장 고경명 선생 등 호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유적으로, 1963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민족의 빛나는 호국정신을 상징하는 이 유적은 숭고한 가치를 후대에 전승해야 할 우리의 책임감을 일깨워준다. 마찬가지로 올해로 제428주년을 맞는 만인의총 순의제향 행사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하여 지역 국회의원, 만인의사 후손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전투에서 5만 6,000여 명의 왜적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민·관·군 의사를 모신 만인의총은 1981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의 제향 행사 또한 칠백의총과 동일한 식순의 제향행제에 이어, 남원시립국악단의 정화무인 지전춤과 창작국악인 만인의 염원 등 추모 공연, 의총 참배로 진행된다.

이러한 순의제향 행사는 국가유산청이 ‘혼신을 다해 나라를 지켰던 호국선열의 숭고한 나라사랑의 정신이 온전히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계기이다. 또한,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국민을 위한 문화향유 프로그램을 마련해나가는 적극행정’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은 ESG 경영의 핵심 가치인 사회적 책임 이행과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개별 기업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방식이 단순히 환경 보호나 지배구조 개선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며, 과거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증명한다.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 역시 이러한 사례를 통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더욱 폭넓은 의미의 ESG 경영을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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