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유산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교 미술 분야에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25.4.24.)됨에 따라, 이는 단순히 개별 유물의 가치를 넘어 한국 불화의 역사적 흐름과 예술적 성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도가 국보로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에 새롭게 탄생한 국보급 괘불이라는 점에서, 괘불도라는 장르의 역사적 연속성과 발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길이가 약 14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를 자랑하며,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장식한 보살형 입상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장엄신(莊嚴身) 괘불의 시작점을 열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균형 잡힌 자세와 비례를 갖추고 있으며, 강렬한 적·녹 색채 대비와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의 조화로운 사용을 통해 종교화 특유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이는 당대 불화 제작 기술의 높은 수준을 방증하는 동시에, 이후 제작되는 유사한 도상의 괘불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작품에 명확하게 새겨진 화기(畵記)를 통해 법경, 혜윤, 인학, 희상 등 제작 화승들의 이름과 1627년(조선 인조 5년)이라는 제작 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들보다 앞선 제작 연대를 보여주며, ‘미륵(彌勒)’이라는 주존의 명칭을 통해 일찍이 충청 지역에서 성행했던 미륵대불 신앙의 전통이 이 괘불도 제작에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규모, 장엄성, 시기성, 상징성, 예술성 등 다방면에 걸쳐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불교 미술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괘불도라는 장르의 확산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9월 20일 부여 무량사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는 행사가 개최된다. 국가유산청, 부여군, 대한불교조계종 무량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무량사 신도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의 국보 지정을 축하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정덕 주지스님, 박수현 국회의원, 박정현 부여군수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며, 식전 공연, 국보 지정서 전달, 축하 공연 등 다채로운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기념행사를 통해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향후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문화유산 관련 기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