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서 멸종위기종 1급인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가 77년 만에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개별적인 생태계 발견을 넘어, 생물 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시적인 사회적 요구와 맥을 같이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가 장기간 확인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우리 사회가 생태계 보호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어린 검독수리 구조 사례와 지역 주민의 목격담을 토대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의 허가를 받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회원들과 함께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한라산 북쪽 약 90m 절벽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크기의 검독수리 둥지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5월 둥지에서 검독수리 암컷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포착했으며, 이는 1948년 미군 장교의 논문 이후 7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기록된 번식 쌍과 새끼의 발견이다.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 위에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를 깔아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연구진은 성체 검독수리 모두 최소 6년 이상의 성조로 추정했다. 7월 조사에서는 이들이 둥지를 떠난 것을 확인했으며, 검독수리의 번식지 이동이 드문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해당 장소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제주 검독수리 둥지 발견은 여러 측면에서 산업적, 생태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한국에 서식하는 검독수리 아종(Aquila chrysaetos japonica)의 경우, 다른 지역 아종에 비해 크기가 작고 산림과 초지가 어우러진 지역에서 서식하는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이는 국내 생태계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이러한 고유종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 생물 다양성 보전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과거 1948년 레이몬드 울프 장교가 경기도 지역에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를 관찰하고 논문을 발표한 이후 77년 만에 다시금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개체가 확인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과거 철새로 분류되어 겨울철에만 소수 관찰되던 것과 달리, 제주도에서 텃새로서 번식하는 개체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며, 국내 검독수리 개체군 연구와 보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제주특별자치도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서식지 보전을 강화하고, 번식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며 번식 개체의 기원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제주도 특유의 방목지와 넓은 초지 환경이 검독수리가 살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 조건을 제공한다는 점은, 향후 이러한 서식 환경을 보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는 동종 업계인 다른 생태 연구 기관 및 환경 보호 단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검독수리의 이동 경로와 풍력발전단지 조성 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며,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생물 다양성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