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농업 분야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장기화되는 가뭄과 예측 불가능한 폭우는 노지 밭작물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한발 피해와 습해 피해를 동시에 야기하는 이중고를 겪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관·배수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단순히 물을 공급하거나 빼는 것을 넘어, 급변하는 기상 조건 속에서도 작물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스마트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에 개발된 ‘관·배수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의 핵심은 하나의 구멍 뚫린 관(유공관)을 통해 물을 공급(관수)하는 동시에 물을 빼내는(배수) 자동화 시스템에 있다. 기존의 물 관리 방식으로는 가뭄과 습해에 동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토양 내 수분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토양이 건조해지면 자동으로 관수 밸브가 열려 작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반대로 과도한 습기가 감지되면 즉시 배수 기능이 작동하여 토양 수분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한다. 이러한 양방향 물 관리 능력은 밭작물 재배지의 토양 수분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이상기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작물의 건강한 생육을 돕는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경상남도 밀양에서 진행된 실증시험은 이 기술의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관·배수 통합 물관리 기술을 적용한 재배지는 평균 토양수분함량이 29.5%로, 물을 대지 않은 재배지(26.6%)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5일에 달하는 가뭄일수가 발생한 무처리구와 달리, 기술 적용 재배지에서는 가뭄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잎 면적 지수는 58.8% 증가했으며, 대립종(7.1mm) 비율은 33.3%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곧 콩 생산량의 39.6% 증가(10아르당 416kg)로 이어져, 해당 기술이 농업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밭작물 지중 관배수 장치’ 및 ‘일방향 투수필터를 이용한 지하 관배수 겸용 통합관’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 보호 및 보급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관·배수 통합 자동 물관리 기술’ 개발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농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농촌진흥청은 향후 이 기술의 현장 보급을 적극 확대하여, 동종 업계의 다른 농업 생산자들에게도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나아가 국내 농업의 전반적인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농업이 흔들림 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