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 국가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지만, 오랜 시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호국영웅의 귀환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헌신과 상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최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 시작 이후 260번째이자 올해 12번째로 국군 제7사단 소속 고 조종호 이등상사(현 계급 중사)의 신원을 최종 확인하고,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감동적인 순간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한 분의 전사자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사건을 넘어,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헌신을 기억하는 국가적 노력과 개인의 염원이 결합된 결과이다.

고 조종호 이등상사의 유해 신원확인은 여러 복합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2009년 4월, 아들 조정원 씨(76세)가 2009년 4월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며 시작된 여정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 즉 아버지와 함께 현충원에 안치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영정이나 위패로 봉안된 분의 배우자가 함께 봉안될 수 없었기에, 어머니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염원은 국립묘지법 개정(2017년)과 아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의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은 제보자와 국유단 전문 조사·발굴팀의 끈질긴 노력이라는 사회적 시스템과 맞물려 결국 결실을 맺게 되었다. 1950년 12월 대구 1훈련소에서 입대하여 3년간 숱한 전투를 헤쳐 나왔으나, 정전협정 이틀 전인 1953년 7월 25일 전사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이번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9월 23일 화요일 대전광역시 중구 조정원 씨의 자택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현재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여한 조정원 씨는 “아버지 유해를 찾아 정말 뭐라 기쁨을 다 말할 수 없다”며 국가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번 고 조종호 이등상사의 귀환은 6·25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의 중요성과 더불어, 아직 차가운 전장에 잠들어 있을 또 다른 수많은 호국영웅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준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로 인해 유가족을 찾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 국유단은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를 통해 “당신(YOU)도 ‘유(遺)가족’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되는 유전자 시료 제공은 6·25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들을 위해 대표번호 1577-5625(오! 6·25)로 연락하면 직접 찾아가는 시료 채취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처럼 국가를 위해 스러져간 용사들의 넋을 가족의 품으로 되돌리는 노력은, 미래 세대가 겪을지도 모를 유사한 비극을 막고 평화를 지켜나가기 위한 현재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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