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지형 속에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개별적인 이슈가 아닌,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은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나,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AI 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만남은 인류가 직면한 AI, 에너지 전환, 인구 변화라는 세 가지 거대한 변혁의 물결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래리 핑크 회장은 AI와 탈탄소 전환이 필연적으로 함께 가야 할 길임을 강조하며,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AI Capital in Asia)’로 자리매김하도록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한국의 AI 기술력과 잠재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는 발언으로, 한국 정부의 AI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 정부와 블랙록은 이번 회담을 통해 세 가지 주요 협력 방향을 담은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협력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첫째, 한국 내 급증하는 AI 수요에 발맞춰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저장 설비를 결합하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글로벌 표준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둘째, 재생에너지 기반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유치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요를 충족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협력할 방침이다. 셋째, 주요 기관투자자 및 산업 파트너와 함께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 참여를 열어두고,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방향을 공동으로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글로벌 자본과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점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관련 반도체, 배터리, 통신, 보안, 냉각 기술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저장 장치, 송배전망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통합 프로젝트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산업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개최되는 UN 총회 및 안보리 공개토의에서도 AI, 에너지, 인구 문제에 대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과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며, 이는 이번 블랙록과의 협력이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 강화에도 기여할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23일에는 IBM 양자연구센터 방문을 통해 양자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방안 논의도 예정되어 있어, 한국의 미래 기술 선도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