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수생태계 건강성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요소로, 이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효과적인 보전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의 최근 연구는 작은 생명체인 송사리의 짝짓기 행동에서 발견된 ‘호르몬 신호’를 규명하며 수생태계 보전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로 평가된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2024년부터 진행해 온 생물종 보전 연구의 일환으로, 2025년에는 생물의 행동 특성 연구에 집중하며 수컷 송사리가 암컷을 선택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했다. 연구진은 칸막이 수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물이 자유롭게 통하면서도 개체를 직접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수컷 송사리가 성호르몬(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암컷을 불과 20초 안에 구별해내고 구애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일반적으로 어류가 시각적 신호에 의존하여 짝을 선택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화학적 신호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특히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송사리가 호르몬이라는 화학적 신호에 반응하여 짝을 선택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번 실험을 통해 그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규명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송사리가 짝짓기 과정에서 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앞선 연구들에서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한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수 성전환이나 번식력 저하로 이어져 결국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와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송사리의 이러한 민감한 반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수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호르몬 관리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적 증거가 된다. 이달 중 어류 행동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쉬즈(Fishes)’에 투고될 예정인 이번 연구 결과는, 멸종위기 또는 외래종 관리를 위한 어류의 다양한 신호 전달 방식 규명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송사리의 독특한 짝짓기 행동을 밝힘과 동시에 환경호르몬이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동종 업계 및 환경 관련 연구 기관들에게도 수생태계 내 화학물질의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보다 정교한 보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ESG 경영 시대에 걸맞은 환경 보호 활동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