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가명정보 활용의 문턱을 낮추고 데이터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는 대통령 주재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의 후속 조치로, 고품질 데이터 확보를 통한 AI 경쟁력 강화 및 가명정보 활용도 제고를 목표로 한다. 개인정보위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9월 24일(수) 제4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이러한 의지를 밝혔다.

가명정보 제도는 2020년 도입 이후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등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을 제공하며 공공난제 해결과 신규 사업모델 창출에 기여해왔다.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분석, 전기차 충전소 입지 선정, 보이스피싱 탐지 AI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명정보 활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24년도 개인정보 보호·활용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가명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은 2% 수준에 불과하며, 평균 310일이 소요되는 결합 절차는 연구자와 기업의 적극적인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법적 리스크 우려로 데이터 제공에 소극적인 기관들과 복잡하고 불명확한 가명처리 기준 및 절차는 현장에서 데이터 활용의 주요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개인정보위는 가명처리 업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재식별 위험에 대한 법적 책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부터는 가명처리를 위탁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 공공기관이 자체 전문인력 없이도 가명처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개인정보위가 지정한 전문기관을 통해 가명처리 적정성을 확인받음으로써 데이터 제공 기관의 법적, 행정적 부담을 대폭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무원의 가명처리 관련 부담 완화를 위해 ‘가칭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에 가명처리 관련 면책사항을 포함하고, 법 적용이 불명확한 경우 신속한 회신과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는 ‘가명정보 비조치 의견서(No Action Letter)’를 연내 도입한다. 더불어, 행정·공공기관 평가 시 가명정보 제공 실적에 가점을 부여하고, 가명정보 처리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데이터 제공 유인을 강화한다. 이러한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가명정보 제공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가명처리 소요 시간과 경직된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진다.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데이터 위험도’와 ‘처리환경 취약도’를 기준으로 리스크 등급이 낮은 경우 간소화된 절차를 마련하고, 이미지,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의 경우 표본 조사를 통해 가명처리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가명처리 과정에 필요한 서류도 대폭 통폐합하여 기존 최대 24종에서 최소 13종으로 간소화한다. 또한, 공공기관 내 가명정보 제공 절차 효율화를 위해 ‘가칭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관리 체계에 관한 규정’을 총리 훈령으로 제정하여, 데이터 제공 협의부터 반출까지 평균 310일이 걸리던 기간을 2027년까지 100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데이터의 유용성보다 비식별성에 치중하여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명처리 적정성 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하여 기관 간 가명처리 기준의 일관성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 연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추진하며, 가명처리 지원 전문기관 및 공용 적정성 심의위원회 운영 근거도 마련한다. 더불어, 개인정보위가 직접 데이터 처리 환경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운영을 확대·강화하고, 내년부터는 이노베이션존 간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연계하여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정보의 자유로운 결합·분석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가명처리 표준화 기술 개발, 데이터 프라이버시 전문인재 양성, 가명정보 결합 선도 사례 발굴·지원 등을 통해 데이터 혁신을 지속적으로 촉진할 방침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AI 시대에 고품질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가명정보 활용 부담을 줄이고 절차를 합리화하여 데이터 활용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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