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산업에서 산지형 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지 대형 도매시장 중심의 독과점적 유통 구조를 완화하고, 생산자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상북도 안동농산물도매시장이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산지 유통의 중심 거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동도매시장은 총사업비 300억 원을 투자하여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5,683㎡ 규모의 경매 시설을 추가 건립했다. 이는 기존 시설 대비 약 37%를 확충한 것으로, 시설 및 취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투자는 곧바로 거래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둘째 주간 거래량이 5,700톤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거래량은 22% 증가한 7,000톤을 기록하며 효율성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안동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는 명절 성수기 물량 적체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매년 추석 성출하기에 발생하는 물량 쏠림 현상으로 인해 출하 순번표 발급이 조기에 마감되는 농가가 발생하곤 했으나, 올해는 추석 한 달 전 일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871톤을 기록하며 거래 안정화를 이끌었다. 이는 확장된 시설과 효율적인 시스템이 성수기 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1997년 개장 이래 28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안동도매시장은 이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과 전문 도매시장으로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안동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사과 물량은 15만 8천 톤으로, 전국 사과 거래량 27만 8천 톤의 57%를 차지했다. 거래 금액 또한 7,200억 원에 달하며 전국 5위 규모의 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동도매시장의 성공적인 성장 뒤에는 차별화된 운영 시스템이 있다. 일반적인 도매시장이 출하자가 선별·포장까지 완료한 상품을 거래하는 것과 달리, 안동도매시장은 출하자가 수확한 사과를 그대로 가져오면 선별부터 경매까지의 과정을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출하자의 상품화에 드는 노동력을 절감시키고, 매수인은 품질이 검증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여 효율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거래 구조를 완성했다.
김주령 경상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산지형 도매시장은 소비지 대형 도매시장 중심의 독과점적 유통 구조를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농산물 유통 경로를 다변화하고 산지의 교섭력 강화를 위해 안동도매시장과 같은 산지형 도매시장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안동도매시장이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한국 농산물 유통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