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전국 곳곳의 도서관을 넘어 독립서점으로 그 활동 영역을 넓히며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 진행되는 ‘2025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친숙한 영화를 매개로 인문학적 사유를 심화시키는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선보인다. 매년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올해는 특히 독립서점에서 열린다는 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는 인문학이 더 이상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밭을 넓히는 것”이라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를 영화를 통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관련 서적을 통해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12세 이상 관람 가능한 영화를 선정하여 참여 대상을 넓히고, 주제 또한 다양하게 다루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본 프로그램은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1회차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상영한 후 강연과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사유 나눔이 이루어졌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며,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외치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는 참여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참여자들은 영화 감상 후 주어진 활동지에 자신만의 생각을 적어 공유하며, 평소 깊이 사유하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 역시 영화를 통해 “당신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일상 속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주는 의미에 대해 “매주 월요일 저녁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길 위의 인문학’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사고와 마음의 밭을 만드는 인문학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문학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 강조하며, “AI 활용의 근간이 되는 사고 체계 구조화 능력과 도덕적 사고를 위해서도 인문학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점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가77페이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의 비전은, 책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담고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박근주 씨는 SNS를 통해 ‘가가77페이지’의 소식을 접하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와 책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연결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리듬감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짧은 기간의 지식이 아닌 꾸준한 성찰과 대화를 통해 인문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도서관협회 공동 주관으로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 아래 진행된다. 이는 인문학과 지역 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열어가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가가77페이지’에서의 성공적인 프로그램 진행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동네 서점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국 곳곳에서 펼쳐질 인문학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