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분쟁, 네팔 시위 등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직결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고도화로 전쟁과 혼란의 양상이 더욱 정교해지고 일상 깊숙이 침투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안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안보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제사회의 신안보 거버넌스 구축을 선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 세계신안보포럼은 변화하는 신안보 위협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부터 대한민국 외교부가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매년 개최해 온 이 포럼은, 한국의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 대응 능력과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 및 규범 형성에서의 중추적 역할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포럼은 ‘하이브리드 위협의 진화와 국제 안보’라는 주제 아래, 참여자들은 AI 및 첨단 기술 기반의 안보 도전과 이에 대한 혁신적인 대응 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9월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제5회 2025 세계신안보포럼에는 정부, 국제기구, 학계, 민간 전문가 20여 명과 온·오프라인 참석자 약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이광형 KAIST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카림 하가그 소장 등 다국적 주요 인사들이 축사를 전하며 포럼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생활의 연속성’으로, 이는 전력, 의료, 교육, 통신 등 필수 서비스가 중단 없이 유지되어 국민 일상의 안전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인지전, 신기술 위협, 핵심 인프라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전개되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허위·오정보가 선거, 재난,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고 딥페이크 음성이 금융 사기와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을 진단하며, 커뮤니티 중심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다층 협력체계 구축, 위기 상황 표준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마련을 통한 사회적 회복력 증진을 강조했다. 또한,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국제규범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생성형 AI, 드론, 이중용도 기술 등이 전시와 평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사이버 및 물리 공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그레이존’ 위협 현상을 다루며, 책임 있는 AI 운영을 위한 모델 감사, 내부 점검, 고위험 사용처 제한, 국제법 및 수출 통제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산업계, 학계, 정부 간 협력 모듈 표준화를 통한 산업 보안 투자 확대 제안도 나왔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가 핵심 인프라가 물리적·사이버 위협에 노출되어 작은 장애가 연쇄적 마비로 확산될 위험성을 지적하며, 평상시 취약점 점검과 훈련, 정보 공유의 일상화, 그리고 사고 시 격리, 대체 경로 가동, 복구 시간 단축을 통한 국민 일상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2025 세계신안보포럼은 국내외 신안보 정책과 국제 규범 간 상호 피드백 체계를 강화하며 한국이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장이었다. 허위 정보가 여론과 경제를 흔들고, 사이버 공격이 필수 서비스 연속성을 위협하며, 핵심 인프라 교란이 국민 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 신안보 위협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이다. 따라서 인지전 대응 체계의 표준화, 책임 있는 AI 운영 제도화, 핵심 인프라 복구 시간 중심의 민관 협력 훈련 정례화는 시급한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학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민 일상을 위한 신안보 대응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