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사회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 체계 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성장률 0.8% 전망치(한국개발연구원, 2024년 8월)라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넘어, 과거 30년간 억압된 가계 소득과 소비를 강화하고 AI 대전환 시대에 대비하는 중요한 산업적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 고도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소득 분배 악화는 가계 소비의 역할을 위축시켰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 및 임금 인상 억제, 비정규직 선호, 생산 자동화 및 해외 이전 등으로 대응했고, 이러한 충격의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전가되었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전 5년간 연평균 4.8%와 7.1%였던 가계 실질 처분가능소득 및 소비지출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27년간 각각 0.7%와 0.8%로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 모르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하며 소비와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특히,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고금리 환경이 겹치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 이상 가계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 어려워졌고, 이는 지방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침체, 건설 투자 성장 기여도 3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라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가계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1회성 소비쿠폰 지급이 시도되었으나, 이는 산소호흡기 역할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 소득을 지원하고, 그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사회임금’ 또는 ‘사회소득’ 개념과 맞닿아 있다. 사회구성원이 함께 만들어낸 생산의 결과물을 일정 비율 사회 몫으로 떼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으로 배분하는 것이 사회소득의 핵심이며, 이는 정치와 민주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 사회지출 규모(GDP 대비)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OECD 평균(21.229%) 대비 낮은 15.326% 수준으로 하위 그룹에 속한다. 이는 OECD 평균 대비 약 5.903% 포인트 부족한 수치로, 2024년 GDP 2,557조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51조 원에 해당한다. 이를 국민 1인당으로 나누면 연간 약 300만 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월 100만 원의 사회소득이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사회소득의 과소와 시장소득에 대한 과잉 의존, 그리고 시장소득의 불평등한 분배는 한국 가계 소비지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국세청 통합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의 세후 월평균 실질수입이 1억 2,215만 원인 반면, 중위 50%는 215만 원, 소득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은 282만 원에 불과하며, 하위 41%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기적 사회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현행 불공정한 조세 체계의 수술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낮으며, 각종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 중 약 410조 원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약 101조 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발생했으며, 특히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제 방식을 모두 폐지하고 확보한 세금을 인적 공제 기준으로 전체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할 경우, 4인 가구 기준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 지급이 가능해진다. 이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재분배 효과가 크며, 소득이 낮을수록 순혜택이 증가하여 조세 저항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불공정한 조세 체계의 개혁을 통해 정기적인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나아가,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 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산업적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