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의 대부분은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며, 이러한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과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통해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듯, 현대 사회 역시 경제와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생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번성을 위한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그리고 개방성과 연결성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이러한 원칙이 무시될 때 정책 실패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종 다양성’이다. 서로 다른 종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전체 생태계를 지탱하는 것처럼,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해야 생태계가 견고해진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은 단일 품종 감자에만 의존했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빚어진 비극적인 사례로, 1845년부터 1852년까지 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두 번째는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 동물, 미생물로 이어지는 순환 과정이 원활해야 생태계가 유지된다. 나무가 쓰러지면 곰팡이, 버섯, 세균 등이 분해하여 토양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개방성과 연결성’은 생태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닫힌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취약해지므로,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근친교배 우울증’은 폐쇄된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생태계의 원리가 무시된 결과는 지역 개발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조성된 혁신도시는 배우자 일자리가 없어 젊은 부부가 정착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또한, 인구 증가 없이 신도심에만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건설되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어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창원과 부산 간 50km도 안 되는 물리적 거리가 500km처럼 느껴진다는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는,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현실과 ‘통근 전철’과 같은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 실패가 얼마나 큰 장벽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생태계적 관점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부재했기에 ‘늘’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이 뼈저리게 확인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밀리는 이유는,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패키징 및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의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IP 파트너 수에서 10배, 패키징 기술에서 10년 뒤처지는 등 TSMC의 견고한 생태계에 턱없이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전환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이며,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번성시키는 것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점을 놓쳤다는 평가다. 결국, 세상사의 대부분이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한 정책과 산업의 실패는, 빌 클린턴 선거 당시 ‘경제야, 바보야!’라는 외침처럼,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는 경고를 되새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