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인구 구조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지방자치단체들의 사례는 인구 감소가 지역의 기능 무력화로 이어지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는 곧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라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킨다. 심지어 인구가 많은 수도권 역시 이러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현실적인 양육 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최근 인천시의 양육 정책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 아이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와 ‘천사지원금’ 제공,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통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책의 예산 규모가 아닌, 정책의 체감도와 접근성이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인천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정책을 체계화하고,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과거 출산율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던 인천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복잡하고 분산된 형태로 작동하며 육아의 고립 문제를 야기하는 서울시의 정책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이라는 과밀 지역의 공통적인 문제점 해결에 있어, 인천시의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 소규모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정책들은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모델이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만 아니라 양육의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가 눈치 보지 않고 사용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조직문화 변화, 정책 사용 인센티브제 도입이 시급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출산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시민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지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갖춘 도시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문화와 아이 키우는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도시이다.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도시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혜택을 누리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저출생이라는 위기를 우리 사회 공동체 재설계의 기회로 삼고,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어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며,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 우리가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김기탁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 겸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하는 경험을 쌓았다. 그는 아빠 육아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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