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5 세제개편안’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전반의 포용적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거시적인 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세금 조정안을 넘어, 미래 사회의 틀을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도구로서 세제의 역할을 재조명하게 한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세수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증가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 확보와 사회 안전망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국민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취약 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응능부담’ 원칙 강화와 국민 생활 지원 확대에 있다. 먼저, 정부는 부담 능력이 있는 주체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원칙에 따라 법인세율을 2022년 수준으로 환원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율은 9%에서 10%, 19%에서 20%, 21%에서 22%, 24%에서 25%로 각각 조정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법인세율 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적정 수준이라는 점이다. OECD 38개국 평균 법인세율이 21.8%인 반면, 개편 후에도 한국은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독일(29.9%), 일본(29.7%) 등 주요국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증권거래세율 역시 2023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코스피는 0%에서 0.05%로,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조정되었는데,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예고에 따라 일시적으로 낮추었던 것을 정상화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는 국민 생활을 직접적으로 돕는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자녀 수에 따라 확대되어,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자녀 1인당 50만 원씩 최대 100만 원까지, 7000만 원 초과자도 자녀 1인당 25만 원씩 최대 50만 원까지 추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도 월 20만 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교육비 부담 완화 노력도 지속된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대학생 교육비 공제에서 소득 요건이 폐지되어 학업 중인 자녀를 둔 가구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주거비 지원 또한 강화되어, 월세 세액공제는 부부가 각각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고, 3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월세 공제 대상 주택 규모가 85㎡에서 100㎡로 늘어났다. 연금소득자의 경우 종신연금 원천징수세율이 4%에서 3%로 인하되고, 임목 벌채·양도소득 비과세 한도도 연 6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생애 주기에 걸친 다양한 지원이 마련되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하고, 웹툰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미래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기본공제율도 상향 조정되었으며,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 세액공제 대상도 확대되어 K-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세제를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구간별 공제율이 대폭 확대되고,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기간도 연장되어 수도권 집중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안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세 부담의 공정성을 강화한 조치들이다.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가 도입되어 소득 구간별로 14%에서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 또한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어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 이러한 세부담 조정은 총 8조 1672억 원의 세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서민·중산층에게는 1024억 원의 세 부담 경감 효과가 있는 반면, 대기업에게는 4조 1676억 원, 고소득자에게는 684억 원의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명확하게 응능부담 원칙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2025 세제개편안’은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과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며,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32개 단체·기관에서 약 1360건의 개정 건의를 수렴하고 28건의 조세특례 심층평가를 거쳐 마련된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