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치매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숙제가 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단순히 개인의 기억을 지워가는 질병을 넘어, 환자 가족의 일상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무거운 현실을 안겨준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 속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료비 지원 확대, 돌봄 서비스 강화, 예방 교육 및 프로그램 확충에 힘쓰며 치매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이러한 사회적 연대를 다짐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의지하는 전국 256곳의 치매안심센터는 무료 검진, 인지 재활,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된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은 개별 환자의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한 세밀한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인지지원등급 환자뿐만 아니라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쉼터 운영 대상을 확대하여 보호자들이 돌봄 부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는 24시간 돌봄의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 속에서 디지털 기술은 치매 예방과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도입된 ‘오늘건강’ 앱은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 두뇌 훈련, 걸음 수 및 수면 패턴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치매안심센터와의 데이터 연동을 통해 더욱 통합적인 건강 관리를 지원한다. 사용자들은 앱을 통해 기억력 향상을 체감하고, 가족들은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조기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며 ‘기억을 지킨다’는 목표 달성을 통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의 어려움이 존재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보급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보호자들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만성적인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가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정책은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대상을 확대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득 기준을 완화하여 더 많은 국민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존 인지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해 설문형 평가 도구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더욱 세심하게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 관리 과정은 초기 발견과 제도적 지원이 치매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치매는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정부 정책, 치매안심센터, ‘오늘건강’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기억과 삶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기능하며,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망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일이며, 이는 치매극복의 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