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교육 현장에서 ‘ESG 경영 확산’이라는 더 큰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고등학생 대상 진로 멘토링에 참여해 온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2학기에 접어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수행평가’가 유독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는 단순한 학업 평가 방식의 변화를 넘어,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성장을 중시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수행평가는 종종 지필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과도한 학업 부담과 사교육 의존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원 등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작문 답안지를 미리 완성하거나, 미술 과제를 집에서 거의 다 만들어오는 등의 편법적인 준비 과정이 만연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2025년 2학기부터 중ᐧ고등학교 수행평가가 수업 시간 내에서만 이루어지도록 개정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과도한 수행평가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암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평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교육청은 학교별 자체 점검표를 활용하여 평가 계획을 개선하고, 매 학기 시작 전 학교의 평가 계획을 점검한다. 특히 외부 요인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과제형 및 암기형 수행평가가 운영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며 자유로운 발상을 도모하는 수행평가가 확대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조를 이루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있다. 수학 과목 또한 단순한 답을 도출하는 과정보다는 문제 해결 과정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며, 학생들의 탐구 과정과 생각을 담은 포트폴리오식 평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변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시사한다. 멘토링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은 ‘평상시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학기부터는 밤샘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업 시간 내 모든 활동에 집중하고 경청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면서, 오히려 집에서 급하게 몰아 공부하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정 중심 평가가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 참여를 이끌어내고, 꾸준한 학습 습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 과학, 미술 등 주요 교과 외 다양한 과목에서도 과정 중심 평가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행평가의 본래 취지는 학생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여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번 2학기부터 시행되는 수행평가 제도 개편은 학생들이 암기식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교육 현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