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눈부신 산업 발전과 도시화는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와 소외된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과거 산업 시설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부천아트벙커B39’는 이러한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실천 사례라 할 수 있다.
약 33년 전인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삼정동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은 1995년 5월부터 본격 가동되어 서울과 수도권의 하루 200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러나 1997년, 환경부의 소각로 다이옥신 농도 조사 결과,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강력한 반대와 개선 요구 끝에, 2010년 폐기물 소각 기능은 대장동으로 이전 및 통합되었고, 삼정동 소각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이곳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기회를 맞아 새로운 운명을 맞이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을 발판 삼아,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개관하며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어냈다. 과거 쓰레기를 소각하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모했으며, 쓰레기 저장조였던 지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 반입실이었던 공간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설비 공간들은 아카이빙실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소각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부천아트벙커B39의 사례는 폐산업시설이 단순히 철거되거나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역사와 가치를 담은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물리적 변화를 넘어, 과거 산업화 시대의 그림자를 딛고 미래 지향적인 도시 발전을 추구하는 ‘ESG 경영’의 실질적인 확산을 의미한다. 또한, ‘로컬100’에 이름을 올린 이 공간은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며, 앞으로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도시 재생 및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이 일상이자 별식이 되었듯,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과거의 유산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오래 견디고 볼 일’의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