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곤충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곤충은 물과 토양을 정화하고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며 먹이사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다. 더 나아가 미래 식량 자원과 산업 소재로서의 잠재력까지 지니고 있어, 곤충을 단순한 생물로만 보기에는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9월 7일 ‘곤충의 날’은 곤충의 다각적인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곤충의 날을 맞아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곤충생태관에서 특별 기획전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을 개최하며 곤충의 가치를 탐구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약 4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곤충의 역사를 조명하며, 단단한 외골격과 변태라는 생존 전략을 통해 환경 변화에 적응해 온 곤충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군을 형성한 곤충의 진화 과정은 곧 생명체의 적응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곤충이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거나 이동해야 하는 곤충들의 이야기는 기후변화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먹그림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더 따뜻한 지역을 찾아 북상하며 서식지를 옮기는 반면, 큰그물강도래와 철써기는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해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말매미와 넓적배사마귀와 같이 기후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서식지를 확장하는 종도 있지만, 이는 곧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곤충의 변화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8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 고유종의 멸종 위기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경고를 던진다. 붉은점모시나비는 먹이 식물의 감소로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한국꼬마잠자리는 수온 상승으로 유충 생존율이 급감하며 멸종 위기에 놓였다. 한국 고유종으로서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전 세계적으로도 영원히 사라진다는 점은 이들의 보존이 갖는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전시는 이러한 곤충들의 위기를 인류를 위한 경고로 해석하며,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주목한다.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온도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해수 온도 및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를 초래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시가 제시하는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여 0으로 만드는 목표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품 사용, 대기전력 차단 등 구체적인 기후 행동 방안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국립과천과학관의 이번 곤충 기획전은 곤충을 단순한 생물학적 대상이 아닌, 기후변화 위기와 탄소중립 실천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제시한다. 곤충을 통해 생태계의 위기가 결국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절감하게 하고, 관람객들에게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본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이어지며, 특히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는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