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한일 정상 간 합의문은 향후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는 ‘ESG 경영 확산’이라는 더 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17년 만에 이루어진 정상 간 합의는 지난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계승하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히 개별 국가 간의 현안을 넘어, 글로벌 환경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거시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8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직전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그 전략적 중요성을 더했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절묘한 정상회담은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왔으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8월 25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성과 설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토대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이러한 맥락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처럼 ‘트럼프 2.0’ 시대에 한일 간의 대화와 협력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전략적으로 필수 과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과 일본은 대미 관계에서 관세, 통상 문제를 비롯해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도 인식을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파트너 관계에 있다. 즉, 양국은 미·중 간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안보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략적인 이해와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번 한일 정상 간 대화에서도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차례 대좌 경험을 이재명 대통령과 공유하며 대미 협상의 지혜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이, 도쿄와 워싱턴 일각에서 존재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반일·친중 성향에 대한 의심과 오해는 이번 전격적인 방일과 미래 협력 상생 합의를 통해 불식될 수 있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일 실용 외교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본 언론에서도 이 대통령 취임 후 정상회담의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논평이 잇따랐다.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와 징용 합의 등에 관한 과거의 국가 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사 표명은 한일 관계의 신뢰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자 관계 자체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며, 지난 60년간의 한일 관계를 성찰하고 글로벌 질서 변환에 걸맞은 대일 관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번 방일은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행보로 기록되었다.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 합의문에는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을 비롯한 대화 채널 활성화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 젊은 세대 교류 촉진 ▲사회·경제 정책 분야 협력 틀 수립 ▲북한·안보 문제 공조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이 담겼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잇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밑그림을 선보인 것으로, 미래 지향적인 양국 관계 설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했다. 현재 일본 정국은 혼돈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시바 총리는 역사 문제에 긍정적인 견해를 지닌 인물로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역사 인식 문제에 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개선된 한일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가는데 이번 회담은 크게 기여했다. 잦은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구도 속에서 상당 부분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이 전략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다.
이번 정상 간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 ‘앞마당을 함께 쓰고 있는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정상회담으로 자리매김하며, 앞으로의 한일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