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AI 시대,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에는 ‘인재’ 확보가 자리 잡고 있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인재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AI 기술 강국을 향한 한국의 야심이 ‘인재’라는 필수 요건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청년 고용률이 1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학업, 취업 준비, 육아·가사 등 명확한 이유 없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쉬었음’ 청년 인구가 2020년 8월 이후 40만 명대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최저시급 이하의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직장 내 괴롭힘 등 비합리적인 노동 조건으로 인해 노동 시장을 떠난 경험이 있는 인력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 역시 연봉 2823만 원, 통근시간 63분 이내, 주 3.14회 이하의 추가 근무,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는 계약직, 개인의 성장과 경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 ‘특별한’ 일자리가 아닌 ‘상식적인’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일자리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의 일자리 현황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지속적인 증가와 청년 일자리의 감소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1991년부터 2025년 사이 약 200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부터는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OECD 국가들의 경우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에 불과한 반면, 한국에서는 이 비율이 역전된 것이다.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는 단순히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일거리를 창출하는 산업 자체의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신산업의 부재는 청년 일자리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 일자리는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지만, 올해 8월에는 15%로 감소했다. 일본이 약 50년에 걸쳐 진행한 탈공업화가 한국에서는 33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미국이 구축한 산업 생태계 내에서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품 설계나 디자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 완결성 결여’ 구조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급여생활자 평균 소득의 35% 이하로 급락하며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져 자영업자의 고령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동시에 신산업 육성의 실패는 25~34세 핵심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1997년 8월 606만 명에 달했던 이 연령대 취업자 수는 올해 8월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고령층은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주도 일자리에 내몰리고, 청년 일거리는 사라지는 현상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심각한 병폐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인터넷, IT, 플랫폼, 데이터, 그리고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은 IT 강국, 신성장 동력 육성 등으로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AI 대전환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거 30년간의 산업 정책에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일부를 수행하는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3대 강국은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한 ‘자기 완결형’ 모델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디지털 생태계의 출발점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며,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과제를 발굴하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은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의 문화와 이질적이다. 이러한 문화적 이질성과 플랫폼 사업 모델을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식 부족은 한국이 데이터 혁명, AI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모바일 제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2류 기업으로 전락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은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며,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 대상 생활비 지원을 통해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실패한 산업 정책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및 기득권과의 ‘결별’이 불가피하다. ‘AI 전사’는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환경에서 길러지는 모노칼라 인재를 양산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는 양립할 수 없다. 영국이 의회민주주의 확립, 근대 은행 시스템 도입 등 사회 혁신과 함께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근대 산업 문명을 주도했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혁명 없이는 성공적인 AI 대전환이 어렵다는 사실은 AI 인프라와 모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20%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하는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더불어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AI 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쉬었음’ 청년뿐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사회 소득 제도화가 시급하다. 사회 소득의 제도화야말로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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