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이 경제 생태계 붕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강요된 경제 생태계 붕괴보다 최근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관리 역량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민생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경제 심리와 주식 시장, 성장률 등이 빠르게 회복되는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시장으로부터 합격점을 받는 모습이다. 소비심리 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34개월간 지속되던 부정적 경제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되었고,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달했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분기에는 0.6% 성장하며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가계 소비가 2분기 성장률에 0.2% 포인트를 기여하며, 이전 1년간 마이너스(-) 0.2% 포인트였던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플러스(+) 0.3% 포인트로 급반등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식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은 민주주의 회복과 현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심리적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확실한 방향 전환을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실물 경제 개선 없이는 심리 개선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실물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소비 쿠폰’으로 불리는 민생지원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단기 대책, 즉 산소호흡기에 해당한다. 12.1조 원 규모의 소비 쿠폰은 1분기 가계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해 1/3 규모에 불과하며, 연간 가계 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해 식음료와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 또한 시급한 과제다. 지난 6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3%였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올라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의 경우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 쿠폰과 같은 단기 지원책은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난 이후에는 정기적인 민생지원금 지급, 더 나아가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가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소비 부양, 경제 성장, 정부 및 가계 채무 안정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았던 과거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 경제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