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정부는 임기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후반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의 나열을 넘어, 복잡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국익을 증진시키려는 거시적인 흐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한미동맹의 질적 발전을 이끌어낸 점이다. 2023년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재확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동맹’이라는 비전 아래, 자유, 법치,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보, 경제, 기술, 문화, 정보라는 다섯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더 나아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한국형 확장억제’를 구체화함으로써,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는 한미 양국 간 정보 공유, 공동 기획 및 실행, 협의 체계 등에서 우리의 관여를 크게 확대하며 북한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다. 또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 예고는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확장억제의 가시성을 증진시키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및 ‘한미 차세대 핵심 신흥 기술 대화 공동성명’ 발표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진정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외교안보 분야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2023년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 회담에서 발표된 ‘캠프데이비드 정신’은 3국 협력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며,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협력의 구체적인 지침을 담았다. 특히 ‘3국협의 강화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3국 간 신속한 협의를 공약하며, 이는 그동안 ‘약한 고리’로 평가받았던 동아시아에서의 한미일 안보협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회의가 다자 무대의 약식 회의가 아닌, 별도의 독립적인 정상회담으로 격상된 것 자체가 갖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남북 관계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 규정 등으로 인해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새로운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은 한미동맹, 대북 정책, 경제·통상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에 새로운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윤석열 정부 후반기 외교안보 전략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미국과의 가치 외교 공통분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네트워킹 확대와 중견국 연대력을 활용하여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균형과 탄력성에 기반한 유연한 전략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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