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로 자리 잡은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경제, 사회, 교육, 국가 경쟁력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ESG 경영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가 공동으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별 기업의 노력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 중구의 경우, 2025년 2월 기준 3만 7370여 명의 인구를 기록하며 제2의 도시로서의 기능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래 시나리오에 따르면 부산 중구는 16년 안에 기능 소멸 가능성이 제기되며 사회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2025년 현재까지 부산시에서 50곳에 가까운 학교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2025년 3월 1일자로 폐교를 앞둔 경기 안산시 상록구 경수초등학교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전국적으로 49곳의 초·중·고교가 올해 폐교 대상에 올랐다는 집계는 이러한 추세가 전국적인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기업의 실질적인 제도 적용을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대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기업 성장 컨설팅, 대체 인력 지원금, 육아휴직 재정 지원, 세제 혜택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대체 인력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하도록 돕는 동시에,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 신설 및 강화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기업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롯데 그룹의 남성 육아휴직 1개월 의무화 정책은 조직 내 동료들의 육아 지원을 이끌어내며,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업이 육아휴직 의무화와 이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넘어 직원 만족도 향상, 이직률 감소, 나아가 인건비 절감, 생산성 향상, 인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러한 노력은 근로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평등한 사용은 가정 내 역할 분담 개선과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5년 200여 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4년 4만 명을 넘어 전체 육아휴직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정부 지원, 사회적 인식 변화, 기업 문화의 개선이 맞물린 결과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증가는 사회 전반의 평등한 노동 분배를 촉진하고, 여성들이 경력을 유지하며 노동 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가족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2025년 민주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 단절률은 61.9%인 반면 남성은 40.6%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성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20%인 것에 비해 남성은 4.5%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경력단절을 줄이는 데 기여함을 보여준다.
롯데그룹과 같은 의무화 정책 시행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늘리고 가정 내 역할 분담을 공평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사례에서 다자녀 가정이 55%를 차지하며, 아빠의 육아 참여가 증가할수록 엄마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점은 이러한 선순환 효과를 증명한다. 2024년 둘째아 출산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약 7만 5900명에 달한 수치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음을 시사한다. 여성가족부 통계 또한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가 여성의 경력단절 감소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가 공동으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파격적인 혜택 강화, 기업은 일·가정 양립 조직 문화 개선, 근로자는 육아휴직 제도 적극 활용이라는 각자의 역할 수행을 통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 증가는 가정과 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식 변화와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고 ESG 경영의 가치를 실현하는 동반 성장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