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이 남는다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는 한국 전통 식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원 낭비와 식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맞춤’ 추석으로 불리는 올해처럼 명절은 풍요로운 식탁을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시간이지만,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를 실천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찬일 셰프가 제안하는 명절 음식의 재해석은 단순히 요리의 변화를 넘어, 음식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일 셰프는 풍성하게 차려졌던 명절 상에서 남기 쉬운 음식들을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라는 두 가지 새로운 요리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는 명절 음식의 소비 방식을 혁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과거 소고기가 매우 귀했던 시절, 명절 갈비찜은 부와 풍요의 상징이었으며, 이러한 갈비찜과 명절의 단골 메뉴인 잡채를 결합하여 볶음밥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남은 재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푸드 업사이클링’의 좋은 예다. 셰프는 갈비찜 양념과 잡채, 그리고 김가루만으로도 훌륭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식용유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효율적인 조리법까지 제시한다. 이는 식재료의 지속적인 소비와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던진다.
나아가, 명절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인 전을 활용해 ‘전 두루치기’를 만드는 방법은 이미 존재하는 식재료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 등 비교적 단순한 재료와의 조합을 통해 전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별미로 즐길 수 있는 두루치기를 완성할 수 있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을 경우 더욱 맛있는 두루치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종류의 전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남은 명절 음식을 효과적으로 소진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 낭비를 막는 중요한 실천이며, 이는 최근 강화되는 ESG 경영의 핵심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박찬일 셰프의 이번 제안은 명절이라는 특정 시점을 넘어, 식문화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재해석은 앞으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업계의 혁신적인 메뉴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