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문화 수출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은 상징적인 성공 사례를 넘어,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은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그러나 한류의 외적인 성공 이면에는 ‘내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차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관광 유튜버들의 생중계 카메라를 통해 거리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혐중 시위와 같은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로만 한류를 접했던 외국 팬들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겨주며 한국의 이면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한류 콘텐츠 내부에서 의도되든 의도되지 않든 표출되는 인종주의적 감수성이나 차별적인 표현들은 전 세계 한류 팬들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K팝 팬덤 내에서 새로운 남성성과 여성성,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류 콘텐츠는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부드러운 남성성을 제시하며, 아이돌 문화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K뷰티를 둘러싼 미백 문제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으로 이어지며, K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은 때로는 소란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건강한 발전의 징조로 해석될 수 있다.
한류 소비자들이 한류 콘텐츠와 한국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압축 성장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도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잃지 않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선진국 시청자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극복의 모델로 삼게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담론화될 수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낸 매력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내부의 차별 문제로 인해 위태로움을 동반한다.
차별은 <오징어게임>의 외국인 캐릭터나 <청년경찰>의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에서 드러나는 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재현을 통해, 그리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을 둘러싼 팬들의 토론을 통해 가시화된다. 이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 현실 속 미투 운동, 퀴어 퍼레이드 논란 등과도 연결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명동에서 마주하는 과격한 혐중 시위는 미디어 문화에 기반한 한류 애호자가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극적인 순간이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힘 있는 엘리트가 아닌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 더욱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 돌봄과 겸손,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한다. K팝 그룹과 팬덤 간의 관계, 그리고 <케데헌>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에서도 이러한 속성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류는 비주류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성장해왔기에, 차별과 배제의 담론은 한류의 가장 큰 적이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의 미래를 시장의 축소가 아닌,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한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