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 절차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찰이 변호인의 조력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국민의 권리 보장과 수사의 신뢰도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의 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피의자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찰청은 14일 ‘변호인 조력권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미 1999년 수사기관 최초로 피의자신문 과정에 변호인 참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변호인 조력권 강화를 추진해왔음을 밝혔다. 여기에는 전자기기 사용 등 메모권 보장, 경찰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복사 신청 시 신속 제공, 사건 진행 상황 통지 확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지난 10일 시행된 ‘형사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변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형사절차에서 모든 서류가 전자화됨에 따라, 변호인은 형사사법포털(www.kics.go.kr)을 통해 변호인 선임계, 의견서 등 각종 문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체포·구속통지서, 수사결과통지서 등 중요한 통지 서류에 대한 열람도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시스템 연동을 통해 변호인 조력권 강화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선임 변호인이 형사사법포털에 제출한 선임계에 기재된 연락처 정보는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과 연동된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등록한 연락처로 신속하게 통지할 수 있으며, 변호인은 통지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형사사법포털에서 사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 개선은 수사기관과 변호인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궁극적으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경찰은 실질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평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시·도경찰청과 지방변호사회 간의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며, 경찰관서 내 수사민원상담센터에서 변호사의 무료 법률 상담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더불어 서울변호사회가 2021년부터 시행해 온 사법경찰평가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그 평가 결과를 경찰 수사 제도 개선 및 수사관 교육 자료로 활용하여 경찰 수사의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번 변호인 조력권 강화 방안이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치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권리 보장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