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이라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내수 침체, 0%대 경제성장률 예고,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악화된 통상 환경, 그리고 껄끄러운 주변국과의 외교 복원 등 산적한 난제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민 통합’과 ‘실용주의’를 기치로 국정 운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는 단순히 개별 정부의 100일을 넘어, 복합적 위기 속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맥락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들로 채워졌다. 극심한 분열 속에서 치러진 대선 결과, 과반 득표에 실패한 이재명 대통령은 오히려 진영을 망라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국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며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취임 연설에서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선언한 이 대통령은 인사 과정에서 이러한 기조를 명확히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장관이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보수 진영 인사라도 능력에 따라 적극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또한, 시민이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실시하여 약 7만 4천 건의 추천을 접수하고, 일부 공직자를 추천 후보군에서 선발하는 등 국민 참여를 확대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가까웠던 의원들을 장관직에 다수 기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인수위 없이 출발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도 존재한다. 특정 지역이나 대학 편중 없이 민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를 주요 공직에 기용하는 ‘깜짝 인사’는 실용주의적 인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문제 해결 노력은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효능감을 각인시키는 데 기여했다. 6월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중재, 산업재해 발생 SPC 공장 방문 및 해결책 모색,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 건설 면허 취소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 제시,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은 대통령이 ‘만기친람’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정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들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과 현장 방문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초기 64%의 높은 긍정 평가로 이어졌으며, 9월 첫째 주에도 63%를 유지하며 정권 초반의 지지율을 견고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진보 진영을 넘어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100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 등 초기 인사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다. 또한, 8·15 특별 사면 과정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면, 그리고 뇌물 혐의 실형 야당 정치인 사면은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여론을 야기하며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국민 통합’과 ‘실용주의’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초기 평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5년이 더욱 중요하다.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민 경제 체감도 개선, 높은 실업률 완화, 대기업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고용 구조적 한계 극복 등 경제 지표 호전 이상의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여야 간의 협치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해소 및 보수진영의 반발을 무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통상 압력,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그리고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외교적 난제 또한 풀어가야 할 숙제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하에,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대 진영과의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 조직 개편안 통과를 계기로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할 때다. 정부의 선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100일까지로, 이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