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도시와 마을 조성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생활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을 통해, 이러한 정책 대상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인식이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노인실태조사나 주거실태조사가 주로 주택의 종류, 거주 기간 등 사실 확인 위주의 조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건축공간연구원의 보고서는 실제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과 위험 요소를 경험 체크식 조사로 발굴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고 고장난 의자에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는 모습은, 지자체에서 조성한 멋있고 깔끔한 벤치가 오히려 불편하여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르신들은 등받이가 있고 쿠션이 있는 낡은 의자를 선호하는 이유로,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고 차갑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시설의 외형적인 디자인이나 새로움보다는, 실제 사용자의 편의와 경험을 우선시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주거 공간 내부에서도 어르신들이 겪는 구체적인 불편함을 지적한다. 높은 욕조 높이로 인해 들어가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응답은, 어르신에게 적정한 높이와 충분한 너비의 욕조, 그리고 안전 손잡이 설치 지원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외부 활동 시에는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으로 인한 낙상 경험이나, 짧은 보행 신호 때문에 서둘러 길을 건너다 발생하는 사고 등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 개선은,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향후 본격화될 초고령사회에 대한 국가적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건축공간연구원의 보고서와 같은, 정책 대상자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자료들이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확인식 조사와 더불어, 우리 사는 마을과 지역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개선점에 대한 심층적인 경험 조사를 결합할 때, 비로소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사회 전반의 포용적인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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