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K팝 그룹 블랙핑크, 세븐틴, NCT가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스트레이 키즈가 빌보드 Top 200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전례 없는 글로벌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파급력은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2,000만 명 돌파 전망으로 이어지며 한국 관광 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외국 관광객 증가는 한류 콘텐츠를 넘어 한국을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한국의 미디어 노출이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류의 눈부신 성공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전 세계 한류 팬들이 한국 사회의 차별적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한국 드라마에서 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재현하거나,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 드라마 내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은 한국 사회 내부의 인종주의와 성차별 문제를 드러낸다. 또한,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거리에서 목격하는 과격한 혐오 시위는 한류 애호자들이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직접 마주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한류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류 연구센터장 홍석경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분석한다. 이는 힘 있는 엘리트가 아닌,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 따라서 선한 영향력, 배려, 연대, 돌봄, 겸손의 가치가 더욱 중요시된다는 것이다. K팝 그룹과 팬덤 간의 관계, 그리고 콘텐츠 속 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홍 박사는 이러한 한류의 긍정적인 가치들이 차별과 배제의 담론에 의해 퇴색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한류의 미래는 시장 축소가 아닌 내부의 차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 사회 내부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홍 박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한국 사회는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한류의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