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정세는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 심화와 북한 핵 위협 지속이라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한국 외교에 있어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행보는 단순한 국가 간의 현안 처리를 넘어, 지역 협력과 안정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하여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25일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하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쇄 정상회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6월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간 대외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 환경과 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취임 후 여러 일정에서 성사되지 못했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한국 외교·안보 측면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결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도 만남이 불발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과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주요 언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며 백악관과 국무부가 한국 대선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며,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이자 동시에 소중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은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의 협력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일본 이시바 정부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와 협력 확대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특히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결정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행보는 미국 정계로부터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반일·친중 정권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를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만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 등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사례처럼, 이번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