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자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이는 고령화 시대의 돌봄 및 복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하며, 특히 고령자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에이지테크(Age-Tech)’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그 의미를 재조명받고 있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에이지테크를 고령화 사회의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며, 이는 어르신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노인이 현재 거주지에서의 계속 거주를 희망하며, 건강 악화 시에도 재가 서비스를 통해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사회 지속거주’가 고령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주거복지 시스템의 한계는 명확하다. 현재 시스템은 저소득층 및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산층과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며,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극히 일부만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제공되어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산층 및 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에이지테크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낙상 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AI 돌봄 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국내에서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에이지테크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를 지정하여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을 통해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퇴직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의 효과로 고령자의 자립성 및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 및 의료비 절감을 제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은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에이지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 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또한,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범부처, 민관 협력, 그리고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에이지테크는 어르신들의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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