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약 728조 원 규모로 편성하며 전년 대비 8.1% 증가한 가운데, 특히 AI 3강 진입을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3배 늘린 10조 1000억 원으로 확대하며 AI 분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중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은 1조 1000억 원 규모로,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 전략의 근간을 이루며, 산업,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AI 기술로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AX(AI Transformation)’ 정책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2030년까지 500개 이상의 AI 팩토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규모와 제조업의 종류에 따른 참조 모델과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산업 인터넷을 강조하며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프레딕스(Predix) 플랫폼이 대상 고객의 기대와 현장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잊지 않아야 한다. 이는 멋진 플랫폼 구축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고객과의 깊은 이해가 성공의 열쇠임을 시사한다.
새로운 AI 분야로 떠오르는 피지컬 AI 역시 기회와 위험 요소를 동시에 안고 있다. 피지컬 AI 학습을 위해서는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성격이 다른, 인과 관계 및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및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 새로운 특성을 갖춘 데이터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마주하게 될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가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학습 플랫폼으로서 보여주는 역할은 이러한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기술 수준을 냉철하게 되짚어보고, 필요하다면 해외 선진 기술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에 구축된 산단이라는 산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단의 특징에 기반한 AI 고도화 과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적인 솔루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AI 전문기업 간의 라운드테이블을 활성화하여 문제 공유와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또한, 산업 AX 모범 사례와 기술 솔루션, 데이터를 개방하는 산업 AI 허브 구축을 통해 AI 전환에 대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지원해야 한다.
과거 정책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던 프로그램들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 AX는 아직 어느 나라도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며, 각 국가의 제조 현장, 문화, 업무 방식이 다르기에 하나의 모델이나 방법론이 모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 팔란티어의 사례처럼, 단순히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 투입된 엔지니어들이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효과 분석 및 데이터 확보 방안을 협의하는 방식이 성공의 핵심이다. 산업 AX는 현장 엔지니어와 전문가가 함께 풀어가는 과제를 통해 성과가 도출된다. 두 문화 간의 간극과 소통 문제를 원활히 돕는 것이 국가 과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른 AI 과제들 역시 국가적으로 중요한 목표와 의미를 지니지만, 산업 AX는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 기반을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피드백, 평가, 그리고 신속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민한 정책 운영이야말로 산업 AX의 성공을 견인할 핵심 요소이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한상기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다.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 및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대표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