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국제 사회는 새로운 규범 마련과 협력 방안 모색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유엔 무대에서 AI와 국제 평화 및 안보를 주제로 국제 사회의 논의를 주도하며 국가 위상을 높인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9월 유엔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안보리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직접 선정한 ‘AI와 국제평화·안보’라는 의제를 다루며 국제 규범 형성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AI가 인류를 위협하거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중심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대한민국 외교력의 신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유엔 외교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최첨단 산업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인공지능(AI)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AI 인프라 구축을 통한 한국의 아태지역 허브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발걸음이었다. 또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 회복 의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선언하고, 국민주권 국가로서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을 약속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그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진취적인 제안도 주목받았다. 파탄에 빠진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정상화하기 위해 상대 체제 존중, 적대 행위 금지를 전제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고 제창했다. 특히 비핵화 진전과 무관하게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창의적인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하게 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노력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비판과 자국이기주의 연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자유, 인권, 포용, 연대의 가치를 수호하는 책임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할 것을 선언하고, 기후·환경 문제 해결에 모범을 보이며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 건설에 앞장설 것임을 약속한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글로벌 공동체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번 유엔 외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국익 증진을 위한 세일즈 외교의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 확대 논의, 체코와의 관광 및 원전 사업 협력, 이탈리아와의 방산, AI, 청정에너지, 우주항공 분야 협력 확대, 우즈베키스탄과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및 인프라·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논의 등은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었다. 나아가, 한국 대통령 최초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대한민국 투자 서밋’을 개최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과 해법을 제시한 것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한국 금융 및 증시 부흥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도였다. 군사 긴장 완화를 위한 국방비 증액, 기업 불공정 지배구조 시정, 시장 투명성 제고, 세금 제도 개혁, 확장 재정 정책 등을 통한 신산업 육성 의지는 투자 환경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제한 외환 스와프, 투자 대상 결정 관여, 이익 배분 조정, 입국 비자 문제 해결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10월 예정된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와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도모하는 것 또한 중요한 외교적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 강국이자,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외교 강국으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