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산업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5년 5월 22일 발표한 인적분할은 단순한 기업 구조 변경을 넘어, 미래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분할은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상업화 사업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적으로 CDMO 사업을 영위하며,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2025년 5월 24일 공시된 내용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43.06%)이며, 삼성전자(31.22%)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74.32%에 달한다. 이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인천 송도에 위치한 상업용 생산설비 78만 리터와 임상용 0.4만 리터를 포함한 총 78.4만 리터 규모의 글로벌 최고 수준 생산 능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력한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1공장부터 5공장까지 순차적으로 가동되며 확장된 생산 캐파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기준 30만L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독일 베링거잉겔하임까지 총 4곳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이후 총 9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사업을 전개해왔다. 특히, 2025년부터 개편되는 미국의 메디케어 Part D 제도는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 부담 약값 상한제 도입과 비용 분담 구조 변화는 약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며, 이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CVS와 같은 보험사가 바이오시밀러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사례로 이어지며,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더불어 CDMO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1조 6,602억 원, 영업이익 7,28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15%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치로, 4공장 풀가동으로 인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 일부 수주 이연, 환율 상승, 그리고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출시 관련 마일스톤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5년 4분기에도 4공장 가동률 안정화와 5공장 가동률 상승, 환율 효과가 더해져 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을 반영하여 증권사들은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주 측면에서도 2024년 역대 최대 규모인 10.6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의 CMO 계약 체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톱티어 CDMO로서의 시장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번 인적분할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사업 효율성 증대다. 2025년 10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통과된 인적분할 안건은 11월 1일 분할, 11월 24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으로 이어진다. 분할 이후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홀딩스 양사 주식을 동일한 지분율로 보유하게 된다. 삼성바이오홀딩스 산하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며, 이를 위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현물출자 형태로 삼성바이오홀딩스에 유상증자 참여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CDMO 사업과 신약개발 사업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된 그룹 차원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두 가지 핵심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래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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