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계는 과학적 담론과 예술적 표현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와 우주의 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용선 작가의 개인전은 청담과 한남 두 곳의 매스갤러리에서 동시에 개최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28일까지 이어지며, 22점의 조각 작품을 통해 ‘생명의 본질’이라는 근원적 물음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장용선 작가의 작품 세계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는 마치 거시적인 우주의 원리와 미시적인 생명체의 작동 방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과학계의 탐구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빗방울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세포가 증식하여 유기체를 형성하듯, 미세한 단위들이 결합하여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그는 절단된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의 형상으로 치환하고, 이들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루며 동시에 우주를 떠도는 행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하나의 개념에 국한되지 않고, 미시와 거시, 개인과 우주, 생과 사를 동시에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작은 세포의 진동이 은하의 리듬이 되고, 초신성의 폭발이 죽음과 탄생의 경계에서 새로운 흔적을 남기듯, 작가는 이러한 흔적을 ‘생명의 단서’로 규정하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청담 매스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연속성과 흐름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물결처럼 이어지는 형태들은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담아내며, 존재의 기원이 미세한 단위로부터 시작되어 서로 지탱하고 연대하는 일부가 됨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복잡한 사회 구조나 생태계에서 각 구성원이 상호 연결되어 전체를 이루는 모습과도 비견될 수 있다. 반면, 한남 매스갤러리에서는 작가 자신의 내밀한 감각에 더욱 집중한다.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기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탐구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영원에 가까운 물질을 사용하여 물성의 탐구에 집중하고, 철을 갈아내 광택을 얻는 과정과 용접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색들을 통해 특정한 물성과 기법이 빚어내는 상호 관계를 탐구한다. 이는 마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여 혁신을 이루어내는 과정과 유사한 지점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조윤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에서 작가가 포착한 세포와 행성, 빛과 어둠의 알레고리, 즉 겉으로 드러난 통상적인 이야기와 깊숙이 숨겨진 상징적 의미가 장용선 작가의 미적 탐험과 심미적 바람에서 시작되는 조형 예술의 감각이자 근원임을 밝혔다. 장용선 작가는 작업 노트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부터 생명의 기원을 찾는 천체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언급하며,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모태가 우주에서 왔고 인류의 직계조상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임을 해석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은 생명의 본질이 우리의 몸, 주변 생물체 등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우주에까지 존재함을 인지시키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거대 행성까지 도처에 존재함을 통해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작업의 화두를 제시한다.

작업은 ‘생명’의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의 군집으로 조형된 형상으로 시각화된다. 세포의 형태는 절단된 파이프의 투과된 구조를 통해 보여지는데, 파이프 단면의 집적된 구조에서 세포 구성 배열의 시각적 특성을 착안하여 절단면을 이용한 구축 작업의 조형 과정을 통해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와, 파이프의 배열을 생명체의 구조와 의미 맥락을 일치시킨다. 이는 최소 단위의 모듈을 집적시켜 미시적으로 발아 분열하는 생명체 세포를 나타내는 동시에, 거시적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행성 등을 표현함으로써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장용선 작가의 예술 세계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다학제적 접근과 과학적 탐구의 중요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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