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다각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며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여 한미 동맹을 ‘사실상의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등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고, 주변 4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포괄적인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 발전이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열흘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은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격상되었으며, 이후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사이버, 첨단기술, 공급망, 우주, 청년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양국 관계는 사실상의 핵 기반 동맹으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핵협의그룹(NCG) 출범 1년 만인 지난 7월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완성했다. 이는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 등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격화되는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긴요한 한일 협력을 재정립했다. 과거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제시를 계기로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되는 등 신뢰 회복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관계 개선을 통해 2019년부터 이어졌던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제되고 화이트리스트 복원이 이루어졌으며,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제3국에서의 재외국민 보호 협력 MOU 체결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협력이 확대되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새로운 60년을 향한 협력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공고해진 한미 동맹과 개선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 간 협력 역시 새로운 수준으로 제도화되었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안보, 경제, AI, 반도체, 퀀텀 등 첨단기술, 바이오, 공급망, 에너지, 우주 등 전 분야에서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또한, APEC 정상회의 계기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미일 사무국을 출범시켜 3국 협력의 지속 강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중국과는 원칙 있는 외교 기조를 유지하며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2022년 11월 G20 정상회의 계기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한 관계 발전에 입장을 같이 했으며, 고위급 교류 활성화와 1.5트랙 대화 체제 구축에도 공감했다. 최근 중국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일방적 사증 면제 조치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로 해석되며, 이는 향후 한한령 해제 및 시진핑 주석의 공식 방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은 외교·경제·기술 역량을 총동원하여 인공지능(AI), 사이버, 우주 안보 등 신형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 ‘AI 서울 정상회의’ 및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 개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내년 APEC 정상회의 주최를 통해 미래 도전 과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대폭 증대하며 글로벌 사우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8%, 2024년에는 31% 증가한 ODA 규모는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해소, 빈곤 퇴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며 협력 대상국과의 네트워크 강화 및 대한민국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성장한 경험과 지식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 연대구상, 한-중앙아 실크로드 협력 구상 등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고 있다. 사상 최초로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아세안과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최상으로 격상시키는 등 주요 지역 및 국가별 협력 네트워크를 견고히 강화했다.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접점을 넓히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기여를 강화하며, 공급망 안정화 및 북한 비핵화 견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미국 신 행정부 출범 등 지정학적 환경 변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미 동맹을 지속 강화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