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랜 예술성과 창의성을 담은 문화유산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예술성’, ‘사실성’,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산업적, 문화적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움직임은 문화유산을 어떻게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하고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2010년 잠정목록 등재 후 15년 만에 정식 등재되면서, 반구천 암각화가 지닌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오랜 시간 동안 재평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문 자료에 따르면, 1970년 12월 24일과 1971년 12월 25일, 각각 천전리 암각화와 대곡리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이 두 유적은 청동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산물로,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되며 6000년 이어온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성, 자연과의 교감을 바위 위에 새긴 ‘역사의 벽화’로 인정받았다. 천전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의 추상적 문양과 신라 시대의 명문이 혼합되어 있으며, 대곡리 암각화는 고래, 사슴, 호랑이 등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집단 수렵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닌, 인류 예술의 기원이자 현대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보드에 비견될 만한 가치를 지닌다.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 문화유산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사례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대중의 접근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며, 결국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반구천 암각화 역시 수몰 위협과 기후변화 등 물리적 훼손의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3D 스캔 및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형 테마공원,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 조성은 유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그 가치를 알리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문화유산을 과거의 박제된 유물이 아닌,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선사 시대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 및 관광 상품 개발, 첨단 기술을 접목한 보존 및 체험 방안 모색 등 다각적인 산업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 ‘반구천’이 ‘수몰의 현장’이 아닌, 인류의 상상력을 담은 ‘살아있는 유산’으로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