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이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중동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관계망을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시리아의 세습 독재 정권이 최근 갑작스럽게 붕괴하면서, 한국 외교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질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극비리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하여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치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과정이었으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격언처럼,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한국 외교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슬람주의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이러한 외교적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HTS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왔으며, 2024년 11월 말, 열흘간의 작전 끝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1970년 집권 이후 54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부자 세습 독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는 독재 체제가 겉으로는 안정된 듯 보여도, 내부적인 한계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급격히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시리아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리아와 북한은 과거부터 혈맹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북한 또한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까지 약속한 북한으로서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시리아에서는 2025년 1월 HTS 수장 아흐메드 알샤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 및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내전 이후 85% 이상 위축되고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을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또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은 많은 중동 국가들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 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중동 국가들이 사회주의 체제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거부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더욱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경험은 새로운 국가 건설을 꿈꾸는 시리아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유엔 193개 회원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