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폭우의 빈도 증가는 이미 일상화되었으며, 이로 인한 집중호우는 도시 지역의 침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곧 안전을 담보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는 자연재난의 규모를 대형화, 다양화, 복합화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 또는 예방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세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74°C 상승하는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C 상승했으며, 바다 표면온도 역시 전 세계 평균 0.5°C 상승 대비 1.4°C 상승했다. 해수면 역시 전 세계 연평균 0.18cm 상승에 비해 한반도 주변은 연평균 0.19cm 상승하는 등, 한반도의 기후 환경 변화는 우리 국민을 자연재해로부터 결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오송 지하도 침수 참사로 1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충격적이었으며, 이후에도 여름철 우기마다 침수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 대비의 절실함이 부각되고 있다. 오송 지하도 참사는 제방 붕괴 및 침수 위험 경고에 대해 실시간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방이 무너졌다”는 보고가 있은 후 30분 뒤 미호강 물이 지하차도까지 밀려왔음에도, 안전 책임을 맡은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미흡했다. 관할 기초자치단체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침수 위험을 전달받았으나 광역지자체에 전달하지 않았고 자체 대응도 소홀히 한 것으로 파악된다. 도로 통제 권한이 있는 광역지자체 또한 관련 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홍수 위험 정보를 받았음에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경찰 역시 지하차도 침수 위험과 관련된 112 신고를 받았지만, 현장 출동 여부는 불분명하다. 더욱이 미호강 둑이 터지기 1시간 40분 전, 굴삭기 작업 없이 인부 6명이 삽질로만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수준의 미흡한 대응이 이루어졌다.
돌이켜보면,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재난 안전 관련 기관들의 신속하고 유기적인 행정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만약 임시 제방 보강 공사가 더욱 치밀하게 이루어졌거나, 홍수 경보 발령 시 재난 관리 책임 기관 등에서 지하차도를 미리 통제했더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홍수 때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폭우와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지하차도의 차량 진입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동 차단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경찰 또는 지방정부의 차량 통제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매뉴얼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도시화로 인한 인구 집중은 지하시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반면, 침수 취약성은 점점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예측 범위를 뛰어넘는 국지성 폭우가 짧은 시간 내에 집중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 역시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2050년 이후에는 세계와 한국 인구의 67% 이상이 도시 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되며, 도시의 재난·안전 취약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도심 침수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극단적이고 국지적인 폭우로 인한 유출량 증가는 도시 지하 시설물과 인명 피해를 갈수록 늘리고 있다. 도시 집중으로 인한 공간 부족으로 인해 교통, 주거, 전기 설비 등 주요 시설물들이 침수에 취약한 지하와 저지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침수 방지 시설 설비인 펌프 시설의 지상화, 배전 시설의 지상화 등 전반적인 침수 대비 설비가 미흡한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 및 보강이 시급하다.
또한, 재난 관리 책임 기관 등은 여름철 폭우에 대비하여 풍수해 방재 시설에 대한 점검, 보수·보강을 강화해야 하며, 재난 발생 대비 비상 대처 계획 수립 여부를 면밀히 진단해야 한다. 재난 관리 대상이 되는 주요 시설로는 하천 시설, 농업 생산 기반 시설, 공공 하수도 시설, 하수 저류 시설, 빗물 펌프장, 항만 시설, 어항 시설, 도로 시설, 산사태 방지 시설, 재난 예·경보 시설 등이 포함된다.
풍수해는 지역별로 다르게 발생하며 피해 규모 역시 다양할 수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국지성 풍수해가 발생하면 인명과 시설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풍수해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중앙 정부 차원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사전 대책 수립과 운영이 중요하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역량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 둘째, 재난 관리 기관에서는 침수 위험 예상 지역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하드웨어적 물 관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 전달 시스템 구축 및 운용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여,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결국, 미리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