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0일, 대한민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 미수교국이었던 시리아와 마침내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지난해 2월 쿠바와의 수교에 이은 것으로, 대한민국이 모든 유엔 회원국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이 분석하듯,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이번 수교 과정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극비리 다마스쿠스 방문을 통해 성사되었으며, 마치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방불케 했다. 조 장관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며 이번 성과를 ‘끝내기 홈런’에 비유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과감한 외교 행보는 최근 중동 정세의 극적인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시리아의 세습 독재 정권이 54년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무너진 것은 ‘아랍의 봄’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독재 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중동 지역 내 새로운 질서 구축 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역내 영향력 감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개입으로 인한 지원 능력 약화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한편, 한국이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게 된 것은 북한에게는 또 다른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과거 북한의 주요 해외 공작 거점이었던 시리아의 정권 교체는 북한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 시리아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김일성 시대부터 혈맹 관계를 이어온 북한에게 실존적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으며,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한국의 발전 모델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하며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 발전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 건설에 희망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 시장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사회주의 체제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경험은 앞으로 시리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